우리는 여전히 철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운이 좋게도 MBTI를 주제로 하는 유튜브 촬영에 참여했습니다. 'MBTI 상극 직장인'이라는 주제로, 동일한 MBTI를 가진 직장인들이 모여 정반대의 MBTI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컨텐츠였죠. 그 촬영을 계기로, 수많은 'E'분들의 추진력 덕분에, 저번 주에는 뒤풀이까지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진행된 여러 컨텐츠 중에는 '광석 레이스'라는 팀 게임도 있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금-은-동-철 순으로 가치가 매겨진 광석들을 미니 게임에서 승리하여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었습니다. 금이 4점, 은 3점, 동 2점, 그리고 철은 1점이었죠. 보너스 점수가 있긴 했지만, 철은 5개를 다 모아도 희망이 없는 자원이었습니다.
당연히 모두가 금을 원했고, 저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결국 금을 쟁취한 팀이 승리했죠.
흔해 빠진, 그리 빛나거나 아름답지 않은 철이기에 이런 취급을 받고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철이 사라진다면?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일상생활이 가능할까요?
아, 당연히 게임은 이겼습니다. 계산과 전략의 승리였죠. 제 MBTI가 무엇인지 눈치를 채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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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에피소드는 철의 특징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레어로우가 얘기하는 철은 사실 철(Iron)이 아니라 강(Steel)입니다. Iron은 순수한 철(Fe) 또는 철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입니다. Steel은 철을 우리가 쓰기 좋게 가공한 철합금을 뜻합니다. 보통은 강철이라고 표현하죠.
엄밀히 따지자면 철은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넓은 의미로 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합니다.
부디 유익한 레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철에서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 「ABOUT STE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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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릴 적 배웠던 철기 시대(Iron Age) (출처: 포스코 뉴스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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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철기 시대'는 아마 청동기 시대 이후의 시기일 것입니다. 문화권과 역사학계의 구분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역사가 기록되기 전 고대의 끝자락에 해당됩니다. 정작 청동은 굉장히 희귀한 자원이어서 석기에서 바로 철기로 넘어간 문화권이 많기에,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청동기 시대라는 구분을 지양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철기 시대 이후로 인류가 사용하는 도구나 자원으로 시대를 구분한 적이 있었던가요? 세계사 시간에 배운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려봐도 고대 이후로는 문화나 경제, 기술 또는 국가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해왔습니다. 헬레니즘, 르네상스, 대항해시대(이상 서양 문화권)나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이상 한국)처럼요.
물론 과학 기술이 점차 발전되면서, 오늘날에는 새로 발굴된 자원이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재들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레터를 쓰는 제 주변만 둘러봐도 목재, 플라스틱, 유리, 아크릴 등등 수많은 소재들이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석기 시대나 철기 시대처럼 시대의 구분자로 쓰일 정도의 영향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가지는 무게감이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는 여전히 철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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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좋은 의미로 뜨거운 이슈가 된 철근과 콘크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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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한 문장이 있습니다. "철과 콘크리트의 열팽창계수가 같은 것은 신이 내린 축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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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팽창계수란? 온도의 증가/감소에 따라 물질의 입자 간 거리가 변화하여 부피가 늘어나는/줄어드는 현상을 열팽창이라 한다. 이때 온도의 변화량에 따른 부피의 변화 정도를 계산한 것이 열팽창계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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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효율성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수가 모여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리한데, 이를 위해서는 땅을 활용하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2D에서 3D로, 단면이 아닌 입체로의 변화입니다.
어쩌면 고인돌부터 시작된 높고 큰 건물을 향한 인류의 도전은 돌, 흙, 나무, 철 등 다양한 소재를 거쳐왔고, 그 정점에 다다른 것이 바로 철근 콘크리트의 활용인 것입니다. 압축에 유리한 콘크리트와 팽창에 유리한 철, 그리고 그 둘의 열팽창계수가 같다는 사실의 발견은 아주 튼튼한 건물을 적은 노동력과 시간을 들여 높게 세울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반대로, 만약 철이 없었다면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아파트나 오피스 빌딩 같은 건물들은 여전히 꿈의 영역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고도화된 기술로 철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의 또 다른 특징 때문에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습니다.
바로, '쉽다'는 특징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지각)에서 알루미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여 얻기가 '쉬운' 자원이면서, 동시에 가공(제철)이 아주 '쉬운' 편에 속하는 자원입니다.
방금 언급한 알루미늄의 사례만 봐도, 철보다 녹는 점은 낮지만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전기를 흘려서 분해해야 하므로 그 비용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알루미늄이 철보다 6-7배는 비쌀 정도입니다.
즉, 철은 역사 이래로 여전히 가장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자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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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은 사실 철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입니다. 가볍고 무른 금속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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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특징들 외에도 철은 산업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높은 강도와 경도, 내열성, 강한 자성, 그리고 각종 화학 물질에 대체로 민감하지 않다는 성질까지.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겁기도 하고, 열과 전기 전도율이 낮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물이나 산소에 반응하여 쉽게 녹슬어 버리죠.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는 페인트를 비롯한 도료를 발라 막을 형성할 수도 있고, 니켈이나 크롬과 같이 철보다 산에 강한 물질로 도금을 하거나, 가공 과정에서 해당 물질들을 섞어 스테인리스와 같은 합금 소재로 변형시키기도 합니다.
레어로우를 대표하는 시스템 모듈 가구 SYSTEM000에서도 위의 사례들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분체도장으로 만들어지는 20가지의 커스텀 컬러 제품들과 함께 스테인리스 에디션도 만나보실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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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에디션은 주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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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여전히 철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 정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철과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소재들. 레어로우 또한 철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와 기술들을 융합하여 새롭고 특별한 가치와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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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동안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유익한 레터가 되었나요? 철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어 가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다음 달 레터에서는 레어로우가 생각하는, 그리고 적극 활용하는 철의 장점들을 보다 디테일하게 알아보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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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로우 rare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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